한때
핀란드 국민의 자랑이던 발트 해변의 옛 ‘노키아 하우스’ 건물에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의 로고가 선명했다. 이곳을 지나쳐 10분을 더 가야
‘새 노키아’의 본사가 나온다. 24일 이곳에서 기자를 맞이한 아스트리드 케이벨 마케팅 총괄 담당자는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노키아의 브랜드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 부문을 매입한 MS가 인수
1년 만인 이달 중순 “휴대전화 사업에서 노키아 이름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노키아 브랜드는 다시 온전한 ‘노키아의 것’이 됐다.
통신장비 자회사 노키아솔루션앤드네트워크스(NSN)가 새 노키아의 몸체다. 여전히 ‘몰락한 공룡’으로 여겨지는 노키아의 변신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주 에스포 본사를 방문했다.
○ 소프트웨어 중요성 인식 못하고 패망
노키아가 휴대전화 시장에서
정점을 찍었던 2007년. 노키아의 매출 규모는 510억 유로(약 66조3000억 원)에 달했다. 150년 노키아 역사상 최대 매출이었다. 당시
노키아는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 2∼5위 경쟁사 4곳의 판매대수를 모두 더한 것과 맞먹는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했다. 비결은 탁월한 하드웨어 제조
역량에 있었다. 대표 상품 ‘N95’는 출시 후 2년 넘게 ‘최고 사양’ 지위를 유지할 정도였다.
1998년부터 1위를 차지해 온
휴대전화 사업이 흔들린 건 2008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다. 아이폰은 ‘다양한 기계를 잘 만드는’ 노키아의 전략과는 정반대로 비싼 단일
모델이었지만 사용자가 자유자재로 여러 기능(앱)을 추가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또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노키아는 ‘스마트폰 진출’ 여부 결정에만 1년 가까이를 소비했다. 그사이 노키아의 마지막 보루였던 저가 시장은
중국 기업을 중심으로 ‘초저가 시장’으로 바뀌었다.
이후
자체 휴대전화 운영체제(OS) ‘심비안’을 버리고 윈도폰을 택하며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지만 ‘노키아가 노키아(심비안)를
버렸다’는 비난 속에 소비자들을 떠나보낸 악수가 됐다. 실적은 곤두박질쳐 2011년 실적 발표를 시작한 1996년 이후 15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바질 칼 유럽시청각정보통신연구소 연구원은 “노키아는 하드웨어 우위의 문화에 지배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2013년 9월 54억4000만 유로(약 7조 원)의 ‘헐값’에 휴대전화 사업 부문이 MS로 넘어갔다.
○ 새
주력 통신장비, SW 경쟁력에 방점
현재 노키아는 NSN과 지도 서비스 ‘히어(Here)’, 모바일 특허 전문 기업인
‘노키아테크놀로지’ 등 3개 자회사로 구성됐다. 연간 매출은 127억 유로(약 16조5425억 원·2013년)로 과거 전성기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휴대전화 사업을 제외하면 올해 2분기(4∼6월) 2억8400만 유로(약 3700억 원)를 포함해 8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점차 회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노키아의 주요 매출은 이동통신용 기지국 등 네트워크 하드웨어에서 발생하지만 핵심
경쟁력은 소프트웨어가 기반이다. 휴대전화 사업 부문의 실패 이후 새롭게 생긴 변화다. 라우리 옥사넨 기술 담당 부사장은 “2만여 명의
연구개발(R&D) 인력 중 85%가 소프트웨어 개발자”라고 귀띔했다. 하나의 장비로 2∼4세대(G) 통신 기술을 모두 지원하는 ‘싱글
랜(Single RAN)’, 여러 기지국을 하나로 묶어 가상의 대형 기지국으로 만드는 ‘중앙화 랜(Centralized RAN)’, 통신망
장애를 발생 이틀 전 95%의 정확도로 예측하는 빅데이터 프로그램 등 상용화를 앞둔 미래형 네트워크 기술 대부분을 100%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다.
옥사넨 부사장은 “하드웨어는 가능한 한 표준형으로 통일하고 모든 역량을 소프트웨어에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휴대전화
사업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겠다는 다짐처럼 들렸다.
‘거대한 공룡’처럼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했던 과거의 스스로를 반면교사 삼은 혁신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혁신 몰’은 5만7000여 명의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수집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옥사넨 부사장은 “이곳의
아이디어는 과거처럼 경영진이 선별 취사하는 게 아니라 노키아 직원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다”며 “사용된 아이디어에는 정해진 평가 공식에 따라
두둑한 상금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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