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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아이폰" 정말 한국이 가장 비쌀까?

한 통신사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물었다. “정말 우리나라 아이폰 가격이 제일 비싼 건가요?”

아이폰 판매 가격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폰 값은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아이폰5S’ 32GB를 살 돈이면 올해는 ‘아이폰6′ 64GB를 살 수 있다. 그리고 별 다른 일이 없다면 지난해와 아이폰 값은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지금 분위기로는 지난해보다 더 쌀 수도 있다. 지난해 아이폰5S를 살 때만 해도 보조금은 하나도 없었고, 그나마도 들렀던 한 판매점은 “한 대 팔아야 2만원”이라고 사려면 사고 말려면 말라는 투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이 아이폰 출시가 단통법과 얽히면서 복잡하게 엉켰다는 거다. 언제나 빠지지 않는 ‘해외에서는 훨씬 싸다’는 이야기가 거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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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착각하기 쉬운 이유는 국내와 해외의 스마트폰 가격 매기는 방법이 달라서다. 미국을 비롯해 일본이나 유럽 등은 일단 대놓고 공짜폰은 없다. 기준이 될 수밖에 없는 미국의 아이폰6 값은 16GB가 299달러다. 용량이 한 단계 올라갈수록 100달러씩 올라간다. ‘갤럭시S5′의 값도 마찬가지다. 299달러에서 시작한다. 미국은 스마트폰 값을 99달러, 199달러, 299달러 정도로 나눈다. 물론 그 사이에 간혹 프로모션을 통해 몇십 달러 정도를 깎아주는 정도다.

그런데 국내 아이폰 값은 최소 8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통신사가 제공하는 보조금이 얼마 정도 붙는 게 전부다. 예상을 뒤집고 LG유플러스가 ‘70만원대’에 아이폰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그 마저도 당연히 비싸 보일 수밖에 없다. 2년 동안 단말기 보조금으로 내야 하는 돈이 70~80만원대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일본에서는 공짜로 풀린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국은 왜 이렇게 아이폰을 비싸게 파는 걸까. 전국민이 ‘호갱’이 된 걸까?

일단 아이폰의 값을 보자. 통신사의 약정 없이 애플이 애플스토어나 리셀러를 통해 직접 판매하는 ‘언락폰’ 가격 이야기다. 일단 국내에선 아이폰6 16GB 기준으로 85만원이다. 미국은 세금을 제외하고 649달러다. 세금이 안 붙는 주에서 사면 싸다지만 그런 주는 별로 없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소비세를 내고 제품을 구입한다. 많지는 않지만 한국과 비슷하게 10%로 맞춰보면 약 75만원이 된다. 몇 군데 더 보자. 영국은 세금을 포함해서 539파운드, 약 91만원이다. 독일 역시 세금 포함 699유로로, 93만원 정도 된다. 호주는 세금 포함 869달러, 약 8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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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내가 알고 있는 한에서는 일본에서 면세품으로 사는 아이폰이 가장 저렴하다. 일본은 세금을 제외하고 6만7800엔으로 그 자체 가격은 66만원 정도 된다. 8% 소비세가 붙으면 71만2천원이 된다. 비정상적으로 떨어진 원-엔 환율 때문이다. 애플은 제품 가격을 특정 시점의 환율과 부대 비용으로 녹여 자체 환율처럼 가격을 매기기 때문에 어디에선가는 가격 불균형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이폰 값은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은 약간 비싼 편이지만 가운데 정도에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소득에 따라 싸고 비싸고의 체감은 다르겠지만 애플은 세계적으로 가격을 비슷하게 맞춘다. 실제 현지인이 세금을 다 물고 구입하는 값은 한국-미국-일본 세 나라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럼 통신사 약정이 문젤까? 미국의 299달러는 2년 약정에 특정 요금제 가입 기준 가격이다. 일본 역시 고가의 요금제를 쓰면 단말기 할부금이 거의 빠진다. 한국도 크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

문제는 휴대폰 가격과 통신요금에 지속적인 규제가 십수년간 덕지덕지 붙으면서 시장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특히 단말기 요금과 통신요금을 나누어 통신요금만 내리는 정책들이 이어졌다. 대신 풍선 효과로 단말기 값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결국 합쳐놓고 보면 비슷하다.

아직 아이폰의 통신사 출고가가 확실히 나오진 않았지만 매년 비슷한 가격에 최근 국내 환율의 변동이 그리 크진 않았기에 올해도 지난해 81만4천원의 출고가에서 크게 다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 여기에 보통 통신사가 제공하는 10만원 정도의 보조금을 얹으면 71만4천원이다. 이를 2년, 즉 24개월 동안 나눠내야 한다. 이자를 제외하고 한 달에 2만9700원이다. 보조금이 없다면 거의 한 달에 4만원 정도가 들어가지만 통신사는 어느 정도 가격을 맞춘다.

근데 이걸 다 받을까? 실제 청구는 이 할부금이 그대로 떨어진다. 심지어 할부 이자도 2년 동안 약 5만원 정도 들어간다. 대신 요금 할인이 있다. 국내 약정 할인은 기간이 지나면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것이 아니라 통신요금을 깎아주는 식이다. 해외는 단말기 값을 깎아주는 식이고 우리는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벌써 몇 번 정권이 바뀌는 동안 매 정권이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인데 소비자는 단말기도 통신요금이다. 어차피 전체 청구 요금은 비슷한데 할인 명목이 단말기냐 요금이냐의 차이는, 결국 이용자보다는 다른 누군가의 목적이 더 짙다는 지적은 오랫동안 이어진 문제다.

자, 요금을 계속 이어가 보자. 대개 LTE이용자들은 52요금제 정도면 모자라지 않게 쓸 수 있다. 월 5만2천원을 내는 요금제인데, 이를 2년 약정하면 한 달에 1만3500원을 빼준다. 결국 한 달에 청구되는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합치면 약 7만원 정도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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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 미국은 299달러로 약정을 하는 요금제와 더불어 한국처럼 할부로 매기는 방식을 함께 쓴다. 아래는 현재 AT&T로 12개월 약정으로 가입해서 아이폰6를 구입한 첫달 청구서다. 요금제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데 12~18개월 약정은 처음 기기를 살 때 내는 돈은 없다. 한국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대신 749달러의 기기값이 20개월에 나누어 한달에 37.5달러의 단말기 가격이 그대로 20번 청구된다. 대신 약정 기간동안 한달에 15달러를 할인해준다. 원하면 12개월 뒤에 신형 기기로 교체하는 것도 된다. 우리나라의 방식과 거의 다르지 않다.

기기값을 한번에 내는 방법도 있다. 24개월 약정을 걸면 한번에 299달러를 낸다. 그 이후로는 매달 청구되는 금액도, 요금 할인도 없다. 통신사와 가입자 사이에는 2년 쓰기로 하는 대신 기기값을 299달러만 받는다는 간단한 약속이 성립된다. 물론 해지시에는 위약금이 고스란히 청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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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한국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그 과정은 아주 단순하다. 어렵게 볼 것도 없다. 그리고 매달 청구서에 아주 상세하게 그 내용을 설명해준다.

결국 통신요금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크게 차이가 나는 편은 아니다. 세금과 미국식의 단순한 요금제가 낳은 착시일 뿐이다. 미국도 미국이지만 아이폰을 가장 싸게 구입하는 방법은 일본에 여행 다녀오는 길에 사오면 된다. 즉시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국내에 반입할 때도 면세 한도가 600달러로 늘어난 덕에 부가세 2만원 정도만 내면 마음 편히 들여올 수 있다. 하지만 일본에 갈 일이 없면 국내에서 잘 골라서 사는 게 그렇게 손해보는 건 아니다. 문제는 그렇게 정상적인 구매를 하는 것이 손해보는 느낌이 든다는 점이다. 규제와 꼼수가 낳은 몹쓸 학습효과다. ‘속고 있는 것 같아…’라는 불안감 이야기다. 정당한 서비스와 제품의 가치를 지불하는 데 손해보는 기분이 드는 게 현재 국내 통신 시장의 가장 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