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디네트웍스는 일반소비자들에게 널리 알려지진 않은 기업이다. 하지만 2012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451 리서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씨디네트웍스는 글로벌 CDN(Content delivery network, 콘텐츠 전송망)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할 만큼 내실이 탄탄한 중견기업이다. 국내 CDN 시장에서도 선두 그룹에 자리잡고 있으며, 시장점유율은 60% 정도다. 씨디네트웍스 연혁을 보면 빠르게 핵심 제품 기술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업 방향은 인재상에도 영향을 줬다. 현재 씨디네트웍스가 찾고 있는 인재상은 ‘적응성’, ‘확장성’이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자신의 가진 기술을 확장할 수 있는 사람,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인터넷의 물류창고, CDN
일단 CDN이라는 기술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엄상빈 씨디네트웍스 인사총무팀 팀장은 “CDN 기술은 인터넷의 물류창고”라고 비유했다. 예를 들어 국내 한 기업이 해외에 자사제품을 판매한다고 치자. 이들은 각 나라에 물류창고를 짓고 직접 배달할 수 있다. 하지만 DHL이나 페덱스 같은 물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 원하는 물품을 배달해도 된다. 인터넷 사업도 마찬가지다. 웹페이지를 열 때, 게임을 할 때, e메일을 보낼 때, 동영상을 볼 때 사용자와 해당 서비스 제공 업체 사이에선 수많은 데이터들이 오간다. 한국 웹사이트를 미국에서 연다고 생각해보자. 일단 속도가 느린데, 거기다 고화질 동영상과 사진이 있다면 더 느려질 것이다. CDN 업체들은 각 나라별로 중간에 서버를 두어 자주 쓰이는 데이터를 미리 받아놓았다가 사용자에게 직접 보낸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은 높은 품질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서버에 부과되는 과도한 작업처리량이 줄일 수 있다. 월드컵 기간이나 특정 시점에서 폭증하는 트래픽을 처리할 때도 CDN을 쓴다.
CDN 기술의 발전은 인터넷 발전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씨디네트웍스는 2000년대 벤처로 시작해 시장 변화에 발맞춰 성장해 왔다. 2000년대 초반 ADSL이 설치될 때, 당시만 해도 ‘CDN 기술은 성장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씨디네트웍스는 “앞으로 네트워크 트래픽은 계속 올라갈 것이며, ADSL로 처리하지 못하는 통신량이 존재할 것”이라 믿었다. 그 예측은 맞았고, CDN 시장은 커졌다. 한국에서 어느 시장점유율을 확보하자 씨디네트웍스는 해외로 입지를 확대했다. 최근 들어 해외 업체들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아시아 시장을 주로 맡았던 씨디네트웍스에 관심을 가져 함께 성장하고 있다.
국내 기술로 해외 시장을 노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만큼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 엄상빈 팀장은 “타사 제품은 표준화된 제품을 주로 제공하고 있다”라며 “씨디네트웍스는 각 고객 요구에 맞게 최적화 및 수정 작업을 거쳐 기술을 제공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회사 가치관은 인재상에서도 묻어난다. 유연하게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줄 알아야, 고객에게 맞춤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엄상빈 팀장은 “실제 업무는 특정 분야만 맡는다 할지라도, 면접에서는 일단 다양한 기술 지식을 물어본다”라고 설명한다.
“CDN 기술이 처음 생길 무렵에는 하나의 기술력만 계속 높였어요. 그래서 과거에는 한 우물만 파는 장인정신을 강조했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장인정신 위에 넓게 볼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어요. 왜냐하면 워낙 기술이 많이 발전했거든요. 이를 따라잡을 수 있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여러 업체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어요. 경쟁이 여전히 치열한 시장이죠. 따라서 연구원이 새로운 기술에 얼마나 적응 할 수 있는가. 혹은 연구원이 자기가 가진 기술을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는가. 이런 부분을 많이 고려해요.”
연구직과 기술운영직 나눠 채용
좀 더 입사절차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씨디네트웍스는 크게 연구직 인력과 기술운영직으로 나눠 뽑는다. 연구직 인력은 주로 경력직이며, 정해진 기간은 없고 추천 등을 받고 수시로 인재를 찾고 있다. 지난해엔 20명 정도 새로운 인원을 뽑았다. 개발운영직에선 신입과 경력이 함께 들어온다. 연구직보다 광범위한 역할을 맡는데 네트워크, 시스템, 하드웨어, 보안 등을 관리한다. 올해 신입은 이미 서류전형을 마감했고, 한자릿수 인원을 뽑을 예정이다. 두 직군 모두 서류전형, 실무면접, 각 부서의 본부장 면접을 보고 필요에 따라 임원 면접을 추가한다.
경력을 뽑을 때,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은 기술적인 부분이다. 예를 들어, ‘A 포털사가 있다고 가정할 때, 뒷단의 구조는 어떻게 설계하고 싶은가’라든지 ‘B 서비스에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고 치면,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 같은가’ 식의 질문이다. 이윤근 수석연구원은 “CDN 기술은 게임, 포털, 엔터프라이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고 있어, 기술을 넓게 보는 게 중요하다”라며 “지원자가 맡고 있지 않은 분야에 어떤 기술이 유행하고 있는지 정도, 그리고 어떤 용어가 회자되는지 안다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신입을 뽑을 때는 기술적인 부분을 심도 있게 물어 볼 수 없다. 대신 도전정신이나 새로운 기술에 대한 궁금증 등이 있는지 확인한다. 인턴 경력이나 동아리 활동, 병역특례 경험 등을 유심히 보기도 한다.
엄상빈 팀장은 “한 학생은 동네 식당 메뉴를 볼 수 있는 웹사이트를 만든 경험이 있었다”라며 “시스템 앞단부터 뒷단까지 전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있다고 보고 높게 평가한 바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윤근 수석연구원은 “학생입장에서 시스템 앞단에서 뒷단까지 구축했다면 학교 과제나 시험 외에 또 다른 공부를 했다는 것”라며 “그런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을 것이고,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 본다”라고 설명했다.
핵심 역량, 영어와 소통
신입이나 경력사원 모두에게 필요한 역량이 2가지 있다. 일단 어학능력이다. 씨디네트웍스는 현재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자체 지사를 놓고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해외 지사로 발령을 받기도 한다. 많은 개발자가 글로벌 표준 기술을 주로 접한다. 따라서 회화가 안될지라도 영어를 읽고 쓰는 정도의 실력은 필요하다. 이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어학공부에 대한 지원을 적극 해준다. 외국어 학원을 다니면 월 12만원을 지원해주고, 전화영어와 온라인 원어민 회화 수업도 제공한다. 필요하다면 그룹단위로 영어과외 교사를 회사에 데려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돕는다.
두 번째는 소통하는 역량이다. CDN 기술은 하나의 소프트웨어가 아닌, 복잡한 기술이 얽혀 있다. 스토리지, 네트워크, 서버, 솔루션 등 여러 전문가가 함께 일한다. 이를 위해 연구소 개발자와 기술운영팀 엔지니어는 매달 세미나를 연다. 한 달은 연구직 직원이, 다음 달은 운영팀 직원이 진행하는 식으로 번갈아 가면서 각 팀에서 가장 화두인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윤근 수석연구원은 “연구소에서 만든 솔루션을 실제 현장에 설치해주고 관리해주는 쪽이 기술지원팀”이라며 “다른 분야 기술에 대해서도 알고, 이를 각자의 업무에서 이해하려 한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많은 회사에서 하드웨어를 주로 관리하는 팀과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팀간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책임을 회피하는 과정에서 갈등도 발생한다. 씨디네트웍스는 소통으로 최대한 이러한 갈등을 줄이려한다. 이를 위해 ‘칭찬릴레이’라는 사내 프로그램이나 동아리 활동도 적극 지원해 소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엄상빈 팀장은 “아무리 준비를 많이 해도 서버에 부하가 걸릴 수도 있고, 사용자가 예상보다 훨씬 많아져 문제가 발생하곤 한다”라며 “이러한 상황을 특정 팀 혼자선 해결할 수 없으며, 함께 고민해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특히 도전을 하다가 실패에 한 경우는 질책하지 않고 함께 책임을 나누고 이를 학습의 도구로 활용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소통은 단순히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아무래도 업무 중에 가장 많은 소통은 개인적인 이야기보다 기술적인 의견교환이다. 이때 자신이 얼마나 기술을 알고 있는지 내공이 드러나게 된다. 개발자끼리 대화를 많이 하다보면 서로에게 자극을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다.
관리직이 아닌 개발자로 평생을 살고 싶은 사람
현재 씨디네트웍스 한국본사 전체 사원은 240여명. 연구소 인력은 전체 사원의 25% 정도이며 서비스 운영, 네트워크, 시스템, 보안 등 기술지원 인력을 합하면 그 비율은 약 60%다. 시장에서 앞서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계속 탐구하고 배워야 하는 개발자와 엔지니어. 씨디네트웍스 직원은 새로운 기술을 계속 배워야 한다는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진 않을까. 이윤근 수석연구원과 엄상빈 팀장은 입을 모아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씨디네트웍스는 나이가 들어도 관리직보다 개발자로 남고 싶어하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그런 개발자라면 아는 기술만 쓰려고 하지 않죠. 오히려 같은 기술만 쓰는 데 지루함을 느끼고, 배울 게 없다며 회사를 떠날 거예요. 그래서 개발자 대부분은 뭔가 지금보다 더 좋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죠. 우리는 그런 가치관이 있는 개발자와 함께 일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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