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과 패션업계가 손잡는 일이 많아집니다. 그런데 말은 협업이라고 하지만 IT기업이 주도하고, 패션 기업은 주변적인 것 같습니다. 패션업체가 IT기업과 협업할 때 어떻게 해야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을까요?”
KT경제경영연구소 심수민 선임연구원이 질문을 던졌다. 9월18일 한국패션협회가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연 ‘국제패션포럼’ 무대였다. 구글안경이나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런 제품을 만드는 곳은 대부분 IT기업이다. 패션업계는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는데 소극적인 모습이다. 기껏해야 IT기업이 만든 제품의 겉모습을 다듬는 수준이다. 심 연구원의 질문에 기조강연 연사 셸 이스라엘은 “패션회사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답했다.
웨어러블 시대에 주도권 쥐려면 패션회사가 발벗고 나서야
“여러분이 함께 고민해주셔야 할 문제입니다. 왜 기술회사에서 패션을 하느냐고 따질 게 아니라 패션업계가 ‘우리가 더 잘 아는 분야다’라고 먼저 협력하자고 나설 수 있어야 합니다. 패션회사가 삼성이나 LG에 가서 협업하자고 주문해야 한다는 얘깁니다. 패션회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겠죠.”
셸 이스라엘은 IT기고가이자 컨설턴트다.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성장을 예언해 주목을 받았다. 그가 유명 IT블로거 로버트 스코블과 함께 쓴 <콘텍스트의 시대>가 지난 3월 한국에 나왔다. 셸 이스라엘은 “우리가 더 이상 필요한 기능이 없을 정도로 많은 기능이 이미 개발됐다”라며 “이제는 이걸 어떻게 포장하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기술이 발전할수록 패션 분야의 역할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기술은 발전할수록 다른 곳에 녹아들어갑니다. 역사가 보여줍니다. 1878년 마차를 개조해 만든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는 말을 매달던 곳에 바퀴 하나를 더 붙이고 엔진을 달았습니다. 이때만 해도 기술만 얘기했습니다. 원래 말이 마차를 끌었으니, 엔진 출력이 말 5마리에 버금간다며 5마력이라고 불렀죠. 이런 식으로 만들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느리고 승차감도 나빴죠. 당시 사람들은 “차라리 마차나 타라”라고 비웃었습니다. 120년이 지난 지금 벤츠는 어떤가요. 이제 기술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만 보입니다.”
기술 발전할수록 패션 중요성 커져
이런 변화의 밑바탕에는 기술 발전이 깔려 있다. 배터리나 센서, 프로세서 등 웨어러블 기기에 필요한 요소가 충분히 발전했다. 옷이나 액세사리에 넣을 만큼 작아지고 성능도 향상됐다. 센서가 발전해 소비자에 관한 정보를 더 촘촘히 수집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소비자 개인에게 맞춤형 마케팅 활동도 벌일 수 있다. 셸 이스라엘은 “기술이 모든 사물의 일부가 되고 있다”라며 “세계 100대 기업 가운데 30개가 20년 안에 사라지는 시대에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누군가 내 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며 위기감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심수민 선임연구원은 “패션 전문가와 IT 전문가가 모인다고 절로 융합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IT업계 사람이 주문을 던져도 패션업계는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라며 “기존에 패션이 갖고 있는 게 무너질 수 있다고 거부하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하는가”라고 물었다.
셸 이스라엘은 소비자에게 초점을 맞추라고 강조했다.”자동차 카브레이터를 누가 만들었는지 신경이나 쓰십니까? 엔진과 토크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미국에서 자동차를 처음 만든 사람은 ‘여성은 운전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토크를 이해 못 한다는 이유 때문이죠. 수학은 남자만 하는 거라고 여기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여성이 그 사람 차를 안 사서 그 회사는 그다지 크지 못했죠. 새로운 세대는 구세대가 원치 않는 기술과 디자인을 요구할 겁니다. 미래를 내다본다면 이들을 봐야 합니다. 전세계적으로 젊은이들이 신기술을 빠르게 채택하고 더 새로운 것을 기대한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이경옥 크리에이티브랩 대표는 “자동차 기업이 아닌 구글이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것처럼 빅데이터 시대에 웨어러블 시장을 꾸리는 주체가 바뀌지 않겠냐”라며 “누구와 손잡아야 하냐”라고 질문했다.
“오픈소스 패션회사는 어떨까요. 누구와 협업해야 할 지 모를 때는 내 기술을 공유하고 많은 참여자를 모아서 제품을 완성해가는 거죠. 오픈소스의 강력함은 이미 역사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자기 기술을 손에 꽉 쥐고 놓지 않아려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MS가 오픈소스에 졌다고 볼 수 있죠. 일부 패션회사는 퀄컴이나 인텔 같은 거대 IT기업이 인수하기도 했죠. 오픈소스는 큰 브랜드가 아니라도 작은 회사와도 손 잡을 수 있다는 얘깁니다. 기술 뿐 아니라 SNS나 고객을 잘 이해하는 작은 회사와 협업하거나, 국제 콘퍼런스에 참여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얻어가야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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