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하면 떠오르는 곳, 실리콘밸리. 그런데 이와 유사한 이름을 가진 곳이 독일 베를린에도 있는 걸 알고 있는가. 일명 ‘실리콘알리’다. 알리(Allee)는 독일어로 ‘가로수길’을 뜻한다. 베를린에선 이러한 긴 가로수 길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베를린을 중심으로 여러 스타트업이 둥지를 틀며 자연스레 ‘실리콘알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온라인 음악 공유 서비스 ‘사운드클라우드’나 구두 및 패션 전문 쇼핑몰 ‘잘란도’가 대표적인 독일 스타트업이다. 최근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인 소셜주차 서비스 ‘파크태그’도 그 중 하나다.
센서 활용해 주차장 빈자리 자동으로 이용자에게 알려줘
파크태그는 소셜주차 서비스다. SNS로 일상을 공유하듯, 파크태그는 주차 정보를 사용자까리 공유한다. 그 가운데서도 도시에 있는 무료 공영주차장 정보만 공유한다. 사용자가 공용주차장을 떠날 때 다른 사람에게 알림을 보내 마치 바톤 터치하듯 빈자리를 넘겨준다. 실반 래쓰 파크태그 CEO는 “독일에선 개인 주차 공간보단 공용주차장이 많은 편”이라며 “주차 공간을 찾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이 서비스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에선 평균 15분,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선 평균 30분을 주차 공간을 찾느라 추가로 운전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SNS에선 자발적으로 사람들이 글을 올린다. 일상을 공유하며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차 정보를 일일이 올리는 건 귀찮은 작업이다. 그래서 파크태그는 데이터 분석 기술과 센서 기술에 집중했다. 파크태그는 위치정보와 데이터 분석 기술로 사용자 행동을 파악해, 사용자가 정보를 직접 입력하는 과정을 줄였다.
파크태그를 쓰면 사용자가 “주차장에 들어왔다”라고 일일이 입력할 필요 없다. 위치정보로 사용자가 주차장에 도착한 걸 파악한다. 파크태그는 “지금 주차한 거 맞죠?” 정도로 확인하는 알람을 보낸다.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올 때는 모바일 기기에 있는 센서를 활용한다.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걷는지, 뛰는지, 앉아 있는지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차를 가지러 간다는 것을 예측하고 “5분 뒤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나갈 것 같습니까?”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낸다. 사용자가 ‘맞다’고 확인하면 다른 사용자가 해당 자리를 예약할 수 있게 “여기 5분 뒤에 빈 자리가 생깁니다”라고 주차 정보를 알려준다.
파크태그는 2년 넘게 기술 개발에 매달린 끝에 올해 5월 정식버전을 출시했다. 올해 7월엔 독일 현지 투자자들로부터 50만유로, 우리돈 약 6억원을 투자받았다. 실반 래쓰 CEO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이 자동차 산업으로 들어오고 있다”라며 “이러한 새로운 기회에 뛰어들고 싶었다”라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또한 그는 “운전자가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라고 설명했다.
똑똑한 주차시스템으로 도시문제 해결
실반 래쓰 CEO는 “소셜주차는 단순히 사용자에게 주차 공간을 알려주는 것 이상”이라며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라고 설명한다. 주차 공간을 찾는 동안 운전자는 운전을 더 많이 한다. 매연과 교통 체증도 덩달아 늘어난다. 파크태그는 이러한 문제를 똑똑한 주차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시 성장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어요. 운전자 수도 많아지고 있고요. 이 속도를 도시담당 공무원이 따라갈 수 없어요. 시 공무원이 이를 혼자 해결하는 데 무리일 수 있어요. 대신 기술로 도움을 줄 수 있죠.”
공유경제 모델
모든 사람이 이용하는 공영주차장을 효율적으로 나눠 쓰는 것. 이러한 모델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유경제 모델이기도 하다. 공유경제 개념을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어디까지 인정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많다. 실반 래쓰 CEO는 공유경제를 어떻게 정의할까. 그는 “공유경제는 개인 사용자들의 자원을 공유하며 쓰임새를 높이는 모든 모델”이라며 “지나치게 상업화를 추구하는 순간, 더 이상 공유경제 모델을 추구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인 사용자들이 참여할 권한이 없고, 기업 위주의 선택이 이뤄지는 모델은 공유경제가 아니에요. 그래서 처음에 공유경제 모델로 시작했지만 지나치게 상업화되면서 그 공유경제 개념을 볼 수 없게 되죠. 파크태그는 개인에게 수익을 얻을 생각이 없어요. 자동차 제조업체 등에 기술이나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만들려고 해요. 개인들의 참여할 권한은 계속 열어둘 겁니다.”
데이터 정보 보호
위치정보와 관련된 기술은 항상 개인정보 및 데이터 감시 문제와 싸우게 된다. 특히 독일은 개인정보 보호에 관해 가장 엄격한 나라 중 하나다. 파크태그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일단 모든 알고리즘 처리 결과와 데이터 정보는 사용자 기기에 남도록 만들었다. SQLite같은 모바일 DB를 활용하는 식이다. 사용자 행동이나 위치정보는 회사 서버로 가져오지 않는다.
“독일은 꼭 필요한 데이터만 수집하게 돼 있어요. 서비스를 운영할 때, 이건 정말 없으면 안 된다 정도의 데이터만 가져가는 거죠.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티켓을 판매한다고 치면요. 주소랑 결제확인서만 가져갈 수 있어요. 페이스북 친구가 누가 있는지, 성별이 무엇인지 물어보면 안 되죠. 만약 기업이 그러한 추가 데이터를 모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한 이론적으로 사용자가 ‘당신의 회사에서 나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지 설명하라’라고 물으면 회사는 이에 대해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그만큼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이를 관리하는 프로세스도 있어야 하죠. 제대로된 기업이라면 스스로 어느 정보까지 가지고 있는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실반 래쓰 CEO는 “사용자들은 개인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에 불안해하기 때문에 기업은 이러한 점을 안심시켜줘야 한다”라며 “우리 스스로 사용자 데이터를 가져가지 않는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기술로 구현하려 했다”라고 설명했다.
실행력 있는 회사로 키우고파
실반 래쓰 CEO는 이전에도 출판사를 운영할 만큼 오랫동안 회사를 경영했다. 나름의 경영 철학도 지키려 노력한다. 그는 “실행력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아이디어에 머물러 있는 생각을 어떻게든 실천에 옮기려 한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종종 ‘내 아이디어는 어디서 볼 수 없을 만큼 특별해’라고 말해요. 제 생각에는 말도 안 되는 말이에요. 전세계에 70억명 사람이 살고 있어요. 똑똑한 사람들도 굉장히 많죠.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을 수 백명은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누가 그 제품을 실제로 구현했는가’ 혹은 ‘시장에 그 기술을 가져왔느냐’가 그 기업의 차이를 만들죠. 그래서 회사를 경영할 때 실행력을 가장 중점에 두고 있어요.”
아시아 시장 준비 중
파크태그는 앞으로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실반 래쓰 CEO는 “같은 기술과 UI를 그 나라에 바로 출시하지 않을 것”라며 “나라별로 시장에 맞게 재정비해서 서비스를 내놓으려고 한다”라고 설명한다.
“독일은 간단하고 직관적인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래서 앱도 별다른 요소 없이 핵심 기능만 넣었죠. 하지만 브라질은 게임 요소가 들어 있는 걸 좋아합니다. 파크태그 앱에 그러한 요소를 넣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중국은 앱에 화려한 색깔이 있는 걸 좋아해서, 앱 디자인을 좀 바꿔볼까 합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할 거라면 기술 외적으로 해당 시장에 대해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반 래쓰 CEO는 한국 시장에도 매우 큰 관심을 두고 있다. 2주 전 한국을 직접 방문한 그는 “스타트업이나 우리 사업 가치를 이해하는 누구나 연락을 했으면 좋겠다”라며 “한국 지역을 담당한 사람을 찾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 시장은 유럽 시장을 능가하고 있다”라며 “특히 모바일과 자동차 구매력이 높고 많이 활용되고 있어, 관련 서비스가 계속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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