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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T커머스 확산에 애물단지 된 ‘셋톱박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인터넷에 연결된 TV와 리모컨을 이용해 물건을 사고 파는 T커머스 시장이 구형 ‘셋톱박스’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양방향성’을 구현 못하는 몇몇 셋톱박스 문제로 채널 런칭이 좌절되는 등 어려움이 큰 상황이다. 10개 T커머스 사업자(홈쇼핑 계열 5사 포함) 중 6개 유료방송에서 서비스되는 KTH를 빼면 대부분 1~2개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다. 

T커머스 시장은 올해 신세계그룹 이마트을 비롯한 롯데·현대·CJ·GS 등 TV홈쇼핑업체들까지 가세하면서 거래액 기준 시장규모가 작년 790억원에서 내년 7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신규채널 런칭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해당업체들이 소극적인 투자로 돌아섰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만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기술 현황 파악과 함께 셋톱 업그레이드 일정 같은 세부적인 행정지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T커머스 확산에 애물단지 된 ‘셋톱박스’

◇K쇼핑, SK브로드밴드 채널 런칭 좌절 

24일 업계에 따르면 KT 자회사 KTH가 서비스하는 K쇼핑은 지난 6월 SK브로드밴드에 T커머스 채널을 런칭하기 위해 관련 서류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냈다. 그런데 319만8000여명(6월 말 기준)에 달하는 SK브로드밴드 가입자 중 스마트 셋톱박스가 공급된 20만~30만 가입자는 K쇼핑에서 당장은 양방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고, 미래부 실무자가 반려하는 바람에 서비스가 이뤄지지 못했다. 셋톱박스란 양방향 멀티미디어 통신을 지원하기 위한 가정용 단말기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가 된 SK셋톱박스는 양방향 T커머스를 제공하기 위한 리사이징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가 없어 업그레이드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SK브로드밴드의 일부 셋톱만 T커머스의 양방향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T커머스협회 관계자는 “셋톱 중에서 아주 구형의 경우 메모리가 굉장히 적어 양방향 서비스 구현이 아예 안되는 게 있다”면서 “각 유료방송사별로 적게는 50개, 많게는 20만~30만 개에 달한다”고 말했다. 

◇현대HCN에선 런칭… 셋톱 현황 파악 못한 정부  

더 큰 문제는 담당부처인 미래부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T커머스의 양방향성 구현 여부를 정확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K쇼핑은 SK브로드밴드 런칭이 좌절된 후인 이달 현대HCN(27번)에 런칭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미래부는 HCN쪽에서 구형 셋톱이 없다고 밝혔다고 했지만, 실제로 조사한 게 아니다. 미래부 제출 서류에 셋톱 문제를 적으면 걸리고, 적지 않으면 넘어갈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연동형 T커머스 투자하려는데… 미래부 행정지도 정교화돼야

T커머스 기업들은 올해를 활성화 원년으로 보고 제공 중인 독립 채널형 방식외에 프로그램 연동형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KTH는 KBSN, LG유플러스는 SBS와 제휴해 TV와 스마트폰 등을 넘나들면서 프로야구를 보다 치킨을 주문하고 TV로 드라마 속 소품을 검색해 직접 구매하는 서비스를 하반기 상용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구형 셋톱박스 문제에대한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투자 규모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방송산업 전체로 봐도 구형 셋톱 문제는 일시에 완벽하게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100% 서비스 커버리지를 갖춰야만 런칭할 수 있다고 하는 게 아니라 실태 파악이후 추가 투자를 강제하는 방법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술업계와 플랫폼 업계, T커머스 사업자 등과 현황을 파악해보겠다.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T커머스 확산에 애물단지 된 ‘셋톱박스’
KTH(대표 오세영)와 KBSN(대표 최철호)이 8월 11일, 상암동 KBSN 사옥에서 ‘채널 연동형 T커머스 사업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10월 주요 KBSN 채널을 통해 연동형 T커머스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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