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은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 개봉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다. 미국 내 개봉 첫 주 9044만 달러의 오프닝 기록을 세우며 다른 영화들을 압도했다. 이 영화는 ‘토이스토리’로 화려하게 이름을 알린 후 ‘벅스라이프’ ‘니모를 찾아서’ ‘업’ 등 15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족족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등극시킨 픽사(Pixar)의 새 작품이다.
픽사는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관객에게 기대 이상의 기발함과 경이로움을 보여주며‘믿고 보는 영화사’라는 브랜드를 형성했다. 이처럼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지속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요인은 뭘까.
픽사엔 스티브 잡스가 “내 인생에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이토록 빼곡히 모여 있는 집단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을 정도로 훌륭한 인재가 많다. 그러나 집단 창의와 협업을 통해 이들 인재가 가진 재능 이상의 시너지가 발휘되고 있다는 게 더 큰 성공 요인이다.픽사의 작업 프로세스를 보면 구성원들이 매우 다양하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함을 알 수 있다. 그 안에는 필요할 때 다양한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나 의견을 받는 집단 창의·협업의 핵심 메커니즘이자 가장 중요한 전통인 ‘브레인트러스트(Braintrust)’가 있다.
브레인트러스트는 픽사를 대표하는 핵심 멤버들과 영화감독과 제작팀이 한 자리에 모여 제작 중인 영화의 이슈나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나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자 회의 시스템을 말한다. ‘토이스토리’ 감독 존 레스터, ‘월-E’ 감독 앤드루 스탠튼, ‘몬스터 주식회사’ 감독 리 언크리치 등 픽사의 핵심 멤버 8명이 현재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영화감독이나 제작팀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에 봉착하면 이들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나 별도로 조언을 구하고 싶은 다른 동료를 소집한다. 보통 오전에 지금까지 작업된 내용에 대한 상영회가 열리며 점심식사 후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에서 감독은 영화 진척 상황과 현재 직면한 문제를 설명하고 참석자들로부터 적나라한 의견과 피드백을 받는다. 그 자신이 브레인트러스트 멤버인 ‘인사이드 아웃’의 감독 피트 닥터도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을 여러 차례 하면서 관객이 조금 더 이해하기 쉽도록 관객 처지에서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여갈 수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어찌 보면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은 다른 기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아이디어 회의나 리뷰 회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다양한 종류의 회의는 많지만 기대한 성과가 잘 나오지 않는 다른 기업들에 비해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는 영화제작의 핵심적인 메커니즘으로 자리매김했다.
오스카상을 받은 디즈니 영화 ‘겨울왕국’ 감독도 “값을 매길 수 없는 소중한 공헌을 해준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에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픽사의 공동설립자 에드 캣멀 역시 픽사 성공의 핵심 요소로 브레인트러스트를 꼽는다. 픽사의 브레인트러스트가 우리가 전혀 모르던 획기적인 제도는 아니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가 되새겨봐야 할, 우리 회의 문화와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내포돼 있다. 픽사의 집단 창의와 협업은 무엇이 다를까.
첫째, 이슈 해결 중심의 회의다. 단순히 스크리닝이나 진척 상황을 체크하기 위한 회의가 아니라 창작의 어려움을 공유하고 동료들이 서로 아이디어를 덧붙여주는 자리라는 의미가 강하다. 따라서 픽사의 경영자가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을 소집하기보다 영화감독과 제작팀이 회의를 적극 소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둘째, 브레인트러스트가 원활하고 생산적으로 운용되는 것은 회의라는 형식에 치중하기보다 평소에도 의견과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상호 교환되고 결합될 수 있는 분위기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누가 어느 분야의 전문가인지 알고, 서로 편안한 마음으로 의견을 나누거나 토론하는 문화가 조직 내에 잘 형성되어 있어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이 생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
이런 문화는 스티브 잡스가 픽사를 이끌던 시절부터 싹텄다. 잡스는 픽사의 사옥을 설계할 당시 ‘우연한 맞닥뜨림’을 핵심 요소로 삼고, 의도적으로 구성원들이 자주 접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의도 덕분인지 픽사 구성원은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 받고자 하는 팀 관리자에게 사전 승인을 받고 공식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당사자에게 직접 회의 참석을 요청하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 게 자연스러운 문화로 정착됐다.
기업들의 회의나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면, 집단 창의를 저해하는 문제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피라미드형 위계 문화에서 상급자의 포지션 파워(position power)가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점이다. 즉, 거의 모든 회의가 상급자 의견 위주로 진행된다. 물론 전문성이 높은 사람이 포지션 파워도 강할 수 있지만, 최근엔 기술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아이디어나 지식의 수준이 반드시 포지션과 비례한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회의 결과가 회의 참석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반영한 합리적 결론이 아니라 처음부터 위계상 상급자인 리더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에 따라 결론이 정해지는 오류가 쉽게 발생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리더가 제기한 의견이라 해도 실무자들의 판단 아래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 기업 문화에서는 여전히 리더의 의견을 어떻게든 반영시켜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어느 조직에나 위계라는 것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픽사에는 이러한 문제가 없었을까. 픽사에서도 처음에는 브레인트러스트가 잘 작동하지 않았다. 내부적으로 원인을 살펴보니 픽사의 핵심 전문가들인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들의 권위 때문이었다. 이에 픽사는 브레인트러스트 미팅을 순전히 동료로서 조언을 주기 위한 자리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고,그 결과 회의 효과가 극적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다시 말해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는 조언만 해줄 뿐 지위를 앞세워 감독에게 구체적인 일을 지시하진 않는다. 해당 애니메이션에 대한 의사결정권은 전적으로 그 영화의 감독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브레인트러스트 멤버보다도 오랫동안 고민하는 영화감독이나 제작팀의 해법이 더 훌륭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에드 캣멀 설립자는 이렇게 말한다.
“픽사가 병원이고 영화가 환자라면, 브레인트러스트는 매우 신뢰가 가는 의사들인 셈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영화감독이나 제작자도 마찬가지로 의사라는 점이다. 문제가 뭔지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통해 의견을 모으는 것일 뿐 환자에 대한 치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환자의 주치의인 영화감독에게 있다.
박지원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출처) http://shindonga.donga.com/List/3/03/13/151364/1
[전략] 생각을 플랜팅(Planting)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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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저장을 하기 어렵다, 하지만 생각을 플랜팅(planting)해 놓으면 그걸 뇌는 무의식 중에 계속 풀고 있다"
배상민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는 10일 경기 성남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판교에서 열린 '7월 한국엔지니어클럽(KEC) 기술경영포럼'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아무리 해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며 아이디어 도출 방식을 혁신할 것을 조언했다.
배 교수는 세계적인 권위의 디자인 상인 '레드닷 어워드' 대상 수상작인 '롤리폴리 화분(roly-poly pot)' 사례를 소개했다. 오래 전에 메모해두고 머릿속에 심어놓은 것을 어느 순간 떠올려 구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화분을 직접 키우면서 물을 주는 데 실패했던 경험과 오랜 기간 디자이너로서 쌓아온 공부와 경험이 쌓여 오뚜기 형태의 화분을 탄생시킨 것이다. 롤리폴리 화분은 화분 아래 공간에 물을 넣어 화분에 물을 공급하고, 물이 떨어지면서 화분이 점점 기울어져 물을 줘야 할 때임을 알리는 기능이 있다.
그는 또 "최고(Master)들의 공통점은 메모"라며 "저널(개인 일기장)을 써서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플랜팅하라"고 말했다. "'만약~라면(What if)'이라고 생각해보고 계속 꿈을 꾸라"는 방법도 전했다. "'내가 스타벅스를 디자인하는 총 책임자라면?' 같은 생각을 20대에 디자이너를 처음 시작할 때 했다"며 "당장 떠오르지 않거나 풀지 못하는 아이디어는 메모해두고 끝없이 뇌가 그 문제를 풀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느 순간 트리거(방아쇠)가 되는 상황이 오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뜻이다.
배 교수는 '나눔 디자이너'로도 유명하다. 월드비전 등과 함께 접이식 MP3플레이어, 친환경 가습기 등을 디자인하고 판매해 저소득층 학생 등을 지원하는 '나눔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해외에 나가면 한국은 기부를 안 하는 나라, 인색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걸 바꾸자는 생각을 했고 앞으로도 나눔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은지 기자
(출처) : http://bp.heraldcorp.com/view.php?ud=201507101831390180067_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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