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마트폰 업계에 대한 중국 제조사들의 위협이 점점 구체적인 모습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동안 중국 휴대폰 업계는 자국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 때문에 가파른 성장세에도 국내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의 위협을 별로 체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중국 화웨이의 첨단 기술력이 녹아든 플래그십(기업의 기술력을 집약한 제품) 모델이 연내 한국에 상륙하고, 오포·비보 등 중국의 신흥 강자들도 한국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속속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의 위협이 명확해지면서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국에 밀려 스마트폰 사업에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안방 시장마저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애플마저도 중국 토종 업체들에 밀려 지난 3분기 중화권 시장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급락하는 상황이어서 한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글로벌 매출 확대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 화웨이, 연말에 ‘P9’ 국내 출시…오포·비보도 관심
31일 LG유플러스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12월 중국 화웨이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P9’을 단독 출시한다. 이미 화웨이는 지난 9월 23일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P9(모델명 EVA-L02)의 전파 인증을 받고 한국 상륙 준비를 마쳤다.
P9은 화웨이가 올해 4월 처음 선보인 제품으로, 독일의 유명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의 듀얼 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탑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기린955 칩셋이 응용 프로세서(AP)로 탑재돼 있고, 배터리 용량은 3000밀리암페어아워(mAh)다. 화면 크기는 P9과 P9 플러스가 각각 5.2인치, 5.5인치다.
화웨이는 이전에도 LG유플러스(X3·Y6·H폰)와 KT(Be Y폰)를 통해 중저가폰을 국내 시장에 출시한 적 있다. 하지만 고가의 프리미엄폰을 진출시키는 건 P9이 처음이다. 배터리 발화 논란으로 조기 단종된 삼성 ‘갤럭시노트7’의 빈자리를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P9은 유럽 시장에서 800만대 이상 판매되며 상품성을 인정 받았다.
국내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앞으로 화웨이뿐 아니라 오포·비보·샤오미 등 중국의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한국 시장 문을 더 적극적으로 두드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간 이동통신사들이 중국 제품 출시에 소극적이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니즈가 적었기 때문인데, 최근 들어 중국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이들도 크게 늘어났다.
한 이동통신사 고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의 글로벌 위상이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고 국내에서도 찾는 고객이 부쩍 늘었다”며 “실제로 오포·비보 등의 제조사는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국내 사업자들과 적극적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덩달아 높아지는 중국 시장 벽…애플도 고전
중국 제조사들의 경쟁력 강화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 가운데 한 곳인 중국의 진입 장벽을 점점 더 높게 만드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인구 13억명의 중국은 프리미엄폰과 중저가폰 수요층이 모두 두터워 전세계 주요 휴대폰 제조사들이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장이다.
애플은 올해 3분기(애플 회계연도 기준 4분기)에 469억달러(약 53조8037억원)의 매출액과 90억달러(약 10조324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9%, 순이익은 19% 줄어든 것이다. 애플은 2015년 3분기에 매출액 515억달러, 순이익 111억2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한 바 있다.
실적 부진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중화권에서의 부진도 한 몫을 차지했다. 애플은 이번에 홍콩과 대만 등을 포함한 중화권 시장에서 88억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이는 125억달러를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가량 감소한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갈 길 바쁜 애플의 발목을 붙잡은 건 중국 토종 업체들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애플은 2015년 1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4.18%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에 올랐지만, 올해 1분기에는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에 밀려 5위로 내려앉았다.
중국 제조사들의 자국 시장 장악은 그 이후로도 계속 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오포는 올해 6월 기준으로 중국 시장 점유율을 22.9%까지 끌어올리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화웨이와 비보가 각각 17.4%와 12%의 점유율로 오포의 뒤를 따랐다.
한때 애플과 중국 시장 1, 2위를 다투던 삼성전자의 체면도 구겨진 지 오래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6% 정도로 10위권 안에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전자의 중국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1%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삼성 갤럭시 위기 올 수도…LG전자 설 자린 더 없어”
전문가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제조사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의 위기가 앞으로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해외 시장에서만 느껴지던 중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이 국내 시장에서도 이어질 경우 이를 견뎌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악영향은 이미 전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를 유지하던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올해 1분기 29%에서 3분기 22.6%로 크게 낮아졌다. 반면 중국 제조사들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에서 27%로 치솟았다.
인구 12억명의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으로 각광 받는 국가다. 그런데 중국과 인도 시장 모두에서 중국 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다. 파벨 나이야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 제품을 선호했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온라인 판매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 중국 스마트폰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삼성전자도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인도를 직접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나는 등 인도 시장 사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뿐 아니라 애플도 인도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어 삼성의 시장 지배력 유지가 녹록지 않을 것이란 게 시장의 공통된 전망이다.
한국과 북미 시장에서 그나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LG전자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라는 막강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만 LG전자의 G 시리즈나 V 시리즈는 갤럭시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제조사들의 파상공세가 이어지는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계속 된다면 갤럭시 시리즈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일 착한텔레콤 대표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내수 시장에서 자기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운다”면서 “일단 내수 시장에서 인정 받으면 13억명 이상의 소비자들로부터 엄청난 매출을 올리게 되고, 그 수익을 다시 연구개발(R&D)에 쏟아붓는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체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전준범 기자 http://media.daum.net/digital/device/newsview?newsid=20161031110503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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