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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IT News

가상화폐도 20세기 철도·IT의 전철 밟을까?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주식시장에서 관련 테마가 만들어지는가 하면, 사업목적에 ‘가상화폐 거래중개’를 집어넣은 회사까지 나왔다. 월가도 비슷하다. 미국의 한 음료회사가 회사명에 비트코인의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이란 단어를 넣자 주가가 50% 이상 오르는 일도 벌어졌다. ‘닷컴’이란 단어를 회사 이름에 넣는 게 유행이던 2000년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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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가상화폐는 어떻게 될까? 그동안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물건이 나왔다. 개중에는 세상을 바꾼 것도 있지만 중간에 사라져 버린 게 더 많다. 결과는 달랐지만 진행되는 과정은 비슷했다.

새로운 물건이 나와 이목을 끌 때쯤 낙관적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한다. 이 단계부터 해당 물건을 이용해 사업에 나서는 회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가격도 급등한다. 호황은 버블 붕괴와 함께 끝난다. 모든 게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데, 주가가 최고점 대비 99% 이상 하락하기도 하고 관련 기업이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해 퇴출당하는 일도 발생한다. 이 단계에서 해당 물건이 살아남느냐 없어지느냐가 결정된다. 마지막에 위기를 극복한 몇몇을 중심으로 시장이 다시 만들어진다. 이때는 처음 도입기처럼 가격이 급등하지 않고 천천히 움직인다.

이런 혹독한 과정을 겪은 예는 많다. 1917년에 미국에는 1만5천개의 철도회사가 있었다. 미국의 운송체계가 해운에서 철도로 바뀔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수차례 조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기업이 사라졌고 지금은 몇 개만 남았다. 개인용 컴퓨터(PC)도 비슷하다. 아이티(IT) 버블 이전 아이비엠(IBM) 주가가 최고치를 기록한 건 1987년이다. 피시 보급이 본격화되기 전인데, 해당 산업이 활성화된 후에는 주가가 오히려 75%나 하락했다. 기대 때문에 만들어졌던 버블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도 이런 흐름과 비슷할 것이다. 세계 최고 기업인 아이비엠도 피시 도입 초기의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가상화폐는 말할 것도 없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가격까지 오른 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가상화폐가 급등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앞에서 본 것처럼 세상에 없던 것이 새로 나왔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세상에 너무 돈이 많아서다. 선진국들이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많은 유동성을 풀었다. 경제가 좋아지면서 공급된 유동성 중 상당 부분이 투자자금으로 바뀌었고 그중 일부가 가상화폐를 끌어올리는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투자에서 늦었다고 생각할 때에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상책이다. 가격이 더 오른다 해도 제때 빠져나오지 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가상화폐의 가격 상승은 남의 것이려니 생각하는 게 좋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finance/825473.html#csidx3319eae6681bd26b00f507a58d3be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