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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 Insight

죽은자의 페북은 누구 소유일까?

내가 죽고 난 후 내가 가입한 무수한 홈페이지의 계정과 SNS의 계정들은 어떻게 될지 한 번쯤 생각해 본적 있으세요? 사망신고가 되면 저절로 나의 모든 기록들이 인터넷에서 사라지게될까요? 설사 그렇다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은 나의 계정들은 어떻게 될까요?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자신의 정보를 인터넷 상에 남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 죽게되면 그 사람의 데이터들도 함께 죽어야하는걸까요? 인터넷의 발달과 그 안의 정보들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이러한 문제점은 점점 더 대두 될 것입니다. 죽은자의 데이터가 악용되지 말란법은 없습니다.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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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블로그에 올린 글이나 내려받은 음원 등은 어떻게 될까? 부모가 유산으로 남긴 책이나 레코드는 언제든 상속받을 수 있지만 전자책이나 음원 파일 등 '디지털 유산'은 상속받기 힘들다. 아직 법 규정이 명확하게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계약 내용이나 약관도 서비스 업체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후손에게 일목요연하게 남기는 것이다.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디지털 원어민' 세대는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엔 젊다. 이들은 디지털 생활 환경의 급속한 변화에 따라 디지털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새로운 세대다. 언제나 인터넷을 즐기며, 컴퓨터와 TV를 켜놓고, 휴대전화와 MP3로 계속해서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미니홈피와 블로그 관리에 시간을 보낸다.

디지털 원어민은 줄잡아 향후 50여년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올릴 것이다. 죽기 전까지 수천통의 전자우편을 주고받고 다수의 블로그 글과 대량의 사진을 업로드하게 된다. 그뿐 아니다. 전자책(e-book) 도서관을 설치하고 디지털 음악 파일을 만들게 된다. 더 나아가 지금은 누구도 생각지 못하는 진화된 방식의 디지털 작업을 하게 될 게 분명하다.

그렇다

면 이들이 죽고 난 뒤 축적된 데이터는 어떻게 될까? 보통 상속인은 사망자의 모든 법률적 권리를 승계한다. 사망자의 가재도구는 물론 각종 재산과 부채를 넘겨받는다. 상속인은 장례를 치른 뒤 빈 상자를 들고 사망자의 집에서 그의 옛날 편지, 책, 레코드를 정리해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디지털음악·디지털사진·전자우편 같은 디지털 유품은 사용자 계정이 설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비밀번호를 모르면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디지털 유품 규모가 비교적 작은 지금도 상속에 어려움이 많다.

독일 뮌헨의 변호사 페터 브로이티감은 "독일의 상속법 및 통신법은 전세계 평균보다 뒤처져 있다. 불완전한 법 규정 때문에 상속인과 유족이 불이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뇌르 로펌에서 일하는 그는 디지털 유품과 관련된 법률적 문제에 천착한 최초의 변호사다. 지난 6월6~8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린 독일 변호사의 날 행사에서는 관련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성명서가 처음으로 채택됐다.

SNS·인터넷 안의 방대한 자료들

디지털 유품 상속 문제는 단순히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때로는 전자우편 서비스나 SNS 제공자의 지위를 갖는 기업과도 연관된 문제다. 개인용 컴퓨터(PC)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 제공업체 서버에만 데이터가 저장되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엔 특히 그렇다.

페이스북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페이스북에 날짜 순서대로 올려진 글은 댓글과 사진을 덧붙인 한 개인의 타임라인이다. 페이스북 쪽은 이에 대해 유족이 원하면 글과 사진이 올려진 이용자 계정을 삭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정 페이지에 사망자의 출생신고서나 사망신고서 같은 서류와 함께 자신이 상속인임을 입증하는 증명서를 업로드하면 해당 계정을 삭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사망자의 페이스북 계정을 추모 모드로 전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할 경우 페이스북 계정은 사망자 친구들만 접근할 수 있고, 그 밖의 사람들은 검색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이를 온라인 세계에서 이뤄지는 하나의 '추모 문화'라고 설명한다. 페이스북 계정을 추모 모드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별도의 공식 문서는 없다. 사망 공지와 더불어 인터넷 부고란 링크 등 사용자의 사망을 입증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사망신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사망 신고를 악용할 경우 '위증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독설가라면 페이스북에 허위 사망신고를 한 것은 독일법상 위증이 아니라고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위증은 아닐지라도 몰염치하고 뻔뻔한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

구글은 다른 방법을 택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4월11일 이른바 '휴면계정관리서비스'(Inactive Account Manager)를 출시했다. 사용자가 자신의 계정을 한동안 사용하지 않을 경우 본인이 휴면계정관리서비스를 통해 구글에 저장된 전자우편과 사진 등의 데이터 처리 방식을 정할 수 있다. 만약 사용자가 계정을 한동안 이용하지 않으면 구글은 휴대전화로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그래도 사용자가 접속하지 않는다면 미리 지정된 친구들에게 이런 사실을 전자우편으로 공지한다. 친구들까지 아무런 응답이 없으면 해당 데이터는 얼마 뒤 친구들에게 공유되거나 구글에 의해 삭제된다.


휴면계정관리서비스의 장점은 이처럼 관료주의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사용자가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휴면계정관리서비스에 늘 신경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유언 작성만큼 휴면계정관리서비스 설치를 불편하게 생각한다.

페이스북과 구글은 수많은 인터넷 서비스 업체 중 대표 주자다. 실제 인터넷 서비스 업체 수는 엄청나게 많다. 그리고 인터넷 업체들이 사망자의 전자우편 같은 유품을 상속인에게 전달해도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브로이티감 변호사는 "많은 인터넷 업체가 혹시 발생할지 모를 법률적 분쟁을 우려해 상속인이 사망자의 전자우편 계정을 물려받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통신법은 전자우편 발신자를 보호하는 데 입법 취지를 두고 있고 전자우편 발신자 역시 자신이 쓴 메일을 제3자에게 전달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다보니 전통적인 편지와 달리 디지털 데이터는 여러 법률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보다 더 복잡한 문제는 디지털 형태로 구매한 상품에 있다. 예를 들어 수년간 쌓인 애플 아이튠스 음원, 스마트폰 유료 앱(애플리케이션), 아마존에서 구매하고 킨들 리더기로 읽는 전자책 도서관 등이다. 상속자들은 종종 이런 유형의 유품들에서 아무것도 건질 수 없다. (자신이 내려받아 저장한 음악이나 영화 파일에 대해 상속권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다. 전자책 역시 마찬가지다. 온라인 서비스 업체에서는 내려받은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엄격히 제한한다. 예컨대 전자책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은 상속인이 계정을 인수받지 않는 한 이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한다. -편집자)

아마존과 애플은 이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브로이티감 변호사는 "아이튠스나 다른 음원 서비스 업체의 오디오 파일을 법적으로 상속할 수 있는지 여부는 지금으로선 서비스 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했다. 사망자가 음원 파일을 단순히 사용 허가만 받았거나 빌린 경우라면 상속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계약 조건, 즉 표준거래약관이다. 브로이티감 변호사는 "음원 파일을 구매하기 전에 표준거래약관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최악의 경우 아무것도 상속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업체의 처지에서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레코드·CD·서적은 세대를 이어가며 상속되는 반면 디지털 자료는 매번 상속료를 낼 수도 있다.

상속 관련 질의에 대답 없는 애플

애플의 디지털 데이터 상속 관련 규정은 매우 애매모호하다. 약관은 거의 암호문 수준이다. 애플은 표준거래약관을 준수한다고 밝히지만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음원파일·전자책·앱에 대한 약관은 13쪽에 이르지만 정확한 내용은 유추 해석이 가능할 뿐이다. 디지털 데이터 중에는 구매한 것, 임대한 것, 그리고 사용 허가를 받은 것이 뒤섞여 있다.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한 디지털 데이터도 있고 양도가 금지된 것도 있다. 심지어 애플은 일부 조건을 언제든지 변경 가능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애플의 표준거래약관을 이해하려면 애플 쪽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애플은 답변을 주지 않았다. 이런 애플의 태도를 보면 누군가 아버지의 디지털 데이터를 상속받으려고 애플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과연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중요한 건 디지털 데이터 상속을 본인이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그것도 당사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 말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계정에 접근하기 위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후손에게 일목요연하게 남기는 것이다. 이는 상속자가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을 터놓는 조처다. 디지털 유품을 복사하는 게 허용되는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마르쿠스 로베터 Marcus Rohwetter <차이트> 기자